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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서귀의료원 응급실 밤 9시 50분 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혈압 안장만 채우고 있다.

여든 다섯 울 어므니 피를 뽑고 있다.."노인네 피 뽑아도 괜찮을까요?"..."10cc정도는 아무 해도 안끼쳐요..."

 수액줄에 어지럼증에 도움이 되는 약을 주사하고 있다.

 심전도 검사 줄...가슴에도 덕지덕지 붙였다.

수액을 맞고 계신 어머니



도서관에 앉아있다 배가 고파 일어섰다.

10여분 운전하면서 조카랑 다이어트겸 물외 하나씩 먹자고 약속하며 집에 들어 섰다.

 

조카가 앞 서 들어가는데

울 어므니 다급하게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병원에 가잔다.

곧 죽을거 같다고...

 

서귀포 의료원응급실 오는 동안

"119라도 부르지 내가 올때까지 기다려수과..."

타박을 했다.

 

응급실은 난리다.

입을 다쳐 엄마 품에 안겨 우는 아이...

울 어므니 만한 연세의 할머니의 신음소리...

냉장고에 성기를 다쳤다며 어머니랑 응급실 찾은 청소년 ...

 

바로 옆 자리 커텐을 두르고 나누는 이야기가 들린다

"괜찮아,봐야지..."

"비뇨기과 선생님이 봐야겠지만 지금 안계시고...

조금 붓긴 했는데 크게 이상 있어 보이진 않네요. 집에가서 얼음 찜질하시고 내일 오세요"

"내일은 혼자 올 수 있지..."

 

울 어므니 혈압 재는 팔 안장만 채워놓고 의사가 안 오니 화를 내신다.

젊었으면 아무 일도 아닌데 나이들어서 보건소에서 1호 광장까지 걸어서 오는데 넘 힘드셨단다.


아침에 출근하며 안과 모셔다 드렸었다.

안과 의사가 백내장 수술 받아야 된다며 보건소 가서 뭘 떼어 오라셨단다.

예약 잡아야 한다고...다음에 한다고 했는데도 다녀 오라셨단다.


보건소 가는 택시는 잡았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택시가 안 보여 땀도나고 넘 얼 먹었단다.

지나는 자가용에 부탁했지만 자신은 가까운데 간다며 안 태워 주고 가버리 드라고..


보건소에서 뗀걸 안과에 갖고가면 120,000원이 감면 된다며....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 찬물을 머리에 엄청 부으셨다며 으실으실 추운게 감기 들것 같다신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내시다 잠이 드셯다

담요 하나를 더 덮어 드리니 숨소리가 편안해 지셨다.

 

나이든신 부모는 어린아이 같다.

아침 저녁 살피고 물은 마셨는지?

식사는 골고루 하셨는지?

 

의사는

어므니가 말씀도 조리있게 하는걸로 봐서 뇌 촬영까지는 안 해도 되겠단다

수액이랑 어지러움 없애는 약 등 세개 맞고 피검사 한단다.

약 2시간 정도 걸린단다.

 

휴~~

자녀는 키우느라 직장도 그만두고 올인 했지만

부모에겐 하루 휴가 내는 것 조차 어려워 한다.

 

혈압재고,피 뽑고,수액꽃고,작은 주사액 수액 줄에 넣고,심전도 검사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