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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

 

맥의 아침에 상상력을 깨운 시 한 편

나 닮은 사람이 쓴 시 같다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