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하는 진술, 점점 드러나는 사실들
-심하게 부패한 시신, 성폭행 증거 못 찾아
지난 7월 12일과 16일은 2박 3일 제주도로 혼자 여행을 떠난 강은경(40)씨와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중천마을에 사는 산양초등학교 4학년 한아름(10)양이 실종된 날이다. 두 사람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0일,
22일에 신체 일부가 잘린 채 혹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단 일주일 만에 살인사건이 2건이나 발생돼 많은 이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혼자 있다 피의자를 만났고 사고를 당해, 새삼 여자 혼자 아무렇게나 길을 다닐 수 없게 된 국내 현실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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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통영 납치 ·살인사건의 범인 김점덕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중천마을에서 7월 16일 초등학생 한아름양 납치·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평소 한아름 양과 알고 지냈던 피의자 김점덕(45·고물수집상)씨는 한양이 사는 산양읍 중촌마을에서 300여m
떨어진 인근 동네에 살고 있었다. 이전에 그는 한양을
등굣길에 학교까지 태워다 준적이 몇 번 있었다고 했다. 한양은 김씨에게
친근하게 “아저씨”라고 불렀다.
한양의 아버지 한모(56)씨는 나이가 들어서 늦둥이 한양을
얻었고 한양이 2살이 되던 2002년 가정불화로 아내와 이혼했다. 이후 전국의 공사판을 떠도는 일용직을 하며 한양과 아들(20)을 키웠다.
일 때문에 며칠 씩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빠와 군 입대를 앞두고 매일 아르바이트로 밤늦게 들어오는 오빠 밑에서 한양은 외롭게
자랐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먹지 못한 한양은 항상 “배고프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아저씨”가 “아동 성범죄자”로···
지난 7월 16일 7시 30분경 학교에 가겠다며 집을 나선 한양은 그 후 다시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 전 일을 하러 나간 한씨는 이날 늦게 집에 돌아왔고 밤
10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지 않은 딸 한양의 실종신고를 통영경찰서에
냈다. 하루가 지나도 한양이 돌아오지 않자 한양의 인상착의 등이 담긴
전단지가 배포되기 시작했다. 배포된 전단지에 따르면 평소 한양은 등교
시 마을 앞을 지나가는 차를 세워 학교에 간적이 많다. 1000원의
버스비를 아끼려고 등굣길에 주민들 차를 얻어 탔던 것.
실종 당일 날 오전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한양의 모습을 인근에 사는 주민이 목격했다는 사실을 통영경찰서 관계자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목격자는 한양을 살해한 김씨였다. 한양이 실종된 지 나흘 째 되던 7월 19일 김씨는 자신이 실종 당일 목격자라며 취재를 나온 한 방송사와 태연히
인터뷰를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7월 16일 오전 7시 40분경 버스 정류장 앞에서 만난 한양이 자신에게 먼저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했고 이에 자신의 소유차량인 1t 트럭에 한양을 태워 그 곳에서 100m 떨어진 자신의 집에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한양이 완강히 거부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시신을 트럭에 싣고
10여㎞
떨어진 통영시 인평동 야산으로 옮겨 구덩이를 파고 포대에 담은 시신을 유기했다고 전했다.
7월 19일 김씨의 트럭에서 신원미상의 미세한 혈흔을 발견한 경찰은 20일 김씨를 붙잡아 조사하려 했으나 이미 잠적해버렸고 22일 오전 9시 40분경 통영시 산양읍 스포츠파크 주변에서 그를 검거했다.
이날 발견된 시신은 알몸에 손이 뒤로 묶인 상태였고 김씨는 “한양을 성폭행하지 않았고 옷은 이동 중에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다음날인 23일 시신을 부검했다. 부검 결과 이미 심하게 부패해 버린 시신의 성폭행 여부는 알 수 없었고 사망
시점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앞서 김씨가 주장했던 내용이 일부 거짓말로 드러났다.
김씨는 당초 한양을 차에 태우고 줄곧 협박만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차에서 한양의 손을 묶고 성추행했음을 뒤늦게 경찰에
밝혔다. 또한 “사건 당일 오전 한양을 집으로 데려가 옷을 벗긴 뒤 음부에 손가락을 넣는 등
여러 차례 성추행했다”고 번복 진술했다. 그러나 18일 버스정류장 앞 하수구 구멍에서 발견된 한양의 핸드폰에 대해서는 7월 26일 현재까지 “휴대전화를 빼앗은 사실도 없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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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제주 올레 살인 사건의 범인
강성익이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
“우발적 범행” VS “계획적 접근”
지난 7월 11일 제주도로 2박 3일 혼자 여행을 떠났던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강은경(40)씨가 12일 오전 7시경 올레 1코스를 걷는다며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시 소재 모 게스트 하우스를 나간 후 연락이
두절됐다. 14일 강씨의 가족이 실종신고를 냈고 이후 제주 동부경찰서는
강씨를 찾는 전단지 1000여장을 제작해 성산읍 일대를 중심으로
배포하는 등 수색작업을 벌였다. 연락이 두절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자, 강씨의 여동생은 현상금 1억원을 내걸고 언니를 애타게 찾았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강성익(46·무직)씨는 지난 7월 12일 오전 8~9시경 올레 1코스 중간지점에서 소변을 보고 있던 자신을 강씨가 성추행 범으로 오해해 경찰에
신고하려는 줄 알고 휴대폰을 뺏으려다 “우발적”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범인 강씨는 초등학교 친구 양모씨의 트럭을 빌려 살해된 강씨의 시신을 두산봉 서남쪽으로 700m가량 떨어진 대나무 밭에 숨겼다.
이후 집중 조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 장소 부근의 운동시설에서
샌들을 신고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운동하는 남성을 봤다”는 관광객의
제보를 바탕으로 올레길 인근이었던 시흥리 마을의 남성 전부를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7월 20일 강씨가 실종된 지 8일 째,
강씨의 신체 일부로 추정되는 오른쪽 손목이 실종됐던 당시 신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운동화 안에 담겨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장 정류장 벤치에 놓여 있었다.
범인인 강씨가 경찰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자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행 장소에서 18km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시신의 손목과 강씨가 신고 있었던 운동화를 갖다 놓은
것.
그러나 강씨는 시신을 가져다 놓기 위해 양씨의 트럭을 몰고 가던 모습이 근처 CCTV에 기록돼 범행이 탄로 나고 말았다.
7월 23일 새벽,
경찰은 잠적했던 피의자 강씨를 긴급 체포했고 집중 심문을 벌인 결과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이어 오후 4시 사체를 암매장한 곳으로 가 살해된 강씨의 시신을 찾아냈으며 사체는 상의가
벗겨진 채로 있었다. 강씨가 “성폭행하지 않았다”고 완강히 거부해 경찰은 강씨의 시신을 부검했지만 부패가 심해 이를 통해 성폭행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영장실질검사 후 24일 법원은 “강씨가 살인 및 사체 유기 등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점덕씨와 제주 올레길 살해 피의자 강성익씨는 모두 어두운 과거가 있다. 김씨는 2005년 통영 산양읍 인근 마을에 사는 60대 할머니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할머니를 돌멩이로 내리쳐 강간상해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2009년 5월 출소하는 등 전과 12범자다.
그러나 2008년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형이
확정돼 전자발찌는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경찰은 김씨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200여개의 음란 파일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 아동 포르노를 비롯 포르노 동영상 70개와 음란소설·사진 130여개가 저장돼 있음을 확인했다.
제주 사건 피의자 강성익씨는 친아버지에게 5명의 아내가
있었으며 지난 2008년 4월 7일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검거돼 징역 2년을 선고받는 등 전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에 대해 “포르노를 지속적으로 보다 보면
정신적인 변화가 오는데 결국 여성을 성욕의 대상물로 평가해 범죄로 이어진다.
또한 김점덕의 경우 피해자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해 자존감을 높이고자 한다”며 “제주도 사건의 강성익은 부모님 이혼이 사회 부적응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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