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기분 좋은 횡재!
집으로 오던 길에 오랜만에 조카를 만났다.
화창한 토요일에 별 약속도 없던 터라 차나 한잔 하자고 했을 뿐인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농로 길로 향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제주시에서 가장 오래된 벚나무답게 전농로 길은 온통 핑크빛 꽃 터널이 따가운 봄 햇살을 기분 좋게 가려주고 있었다.
꽃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꽃만큼이나 화사했다.
여섯 살 꼬마가 방금 산 팝콘을 엎어도 괜찮다고 다독이고......
솜사탕을 사달라면 선뜻 사주는 맘 좋은 부모가 된다.
무엇이 이리 사람들을 곱게 만드나?
지나던 노부부가 꼬맹이가 잡고 있던 케챱 버무린 핫도그에 옷을 버려도 “어 참 꽃보다 사람이 많네 그려...” 하신다.
검정 가디건을 얼른 가방 속에 집어넣고 선그라스를 폼나게 걸쳐 봤다.
마치 오랜만에 여행나선 흥분된 기분에 꽃향기 깊이 들이마시느라 코 평수마저 넓어졌다.
어! 잠시 몇 걸음 걷는데 웬 흰 광목이 금줄처럼 쳐져있다.
굵직한 흰 광목!
잠시 진지함이 엄습해 왔다. 뭐지? 의문이 드는 순간, 얼굴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얀 벚꽃을 뒤집어 쓴 자가 벚꽃 가지를 잡고 버선발로 춤을 추듯 사뿐히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봄바람을 몰아오고 있었다.
바람의 화신 퍼포먼스!
잠시 숨도 죽인 채 아스피팔트에 쪼그려 앉아 관람 했다.
서사라 전농로 벚꽃 축제 이틀째 나들이에서 얻은 큰 수확 같다.
4월 1일 ~10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벚꽃 축제가 기대된다.
한 군데서 열리던 예전 축제와 달리 제주대학교, 전농로, 장전리, 세군데서 동시에 열리는 축제도 궁금해진다. 아마도 어디가 최고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벚꽃을 어찌하지 못 했나 보다.
내일도 저녁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나와야겠다.
구도심,구도심......세월만큼 오래된 벚나무가 우릴 반긴다.
내일은 또 어떤 횡재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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