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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

[7월 책]순간을 읊조리다


[2014년 출판, '순간을 읊조리다' 서평]


출판사 말을 빌리자면,

'여기에 실린 문장들은 언어를 조탁하는 데 자신의 평생을 바친 시인들의 아름다운 파편이다.

한 명이라도 시와의 조우라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세상 속엔 시의 빛이 하나 더 켜진 셈이다. .....'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첫 장부터 넘길 때는 솔직히 "이 걸 그냥 읽어? ...그냥..어떻게..." 싶었다.

아무 감흥을 느낄 수 없어 "읽는 법을 인터넷 뒤져 알아봐야 하나?" 고민도 했다.


의무감에 한참 책장을 넘겼다.

몇 명의 시를 영혼없이 읽었을까?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에서 나는 생각을 더듬기 시작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그래도...그래도...!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에서 발췌해서

2015년도에 과학고등학교 '자살예방교육'에서 썼었다.

숨가쁘게 내달리다 멈추는 법을 몰라 낭떨어지도 아랑곳없이 뛰어내리는 아이들에게 '그래도'를 알려주고 싶었다.


이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보았다.

이 책을 낸 사람의 의도보다 훨씬 많이 나는 여러 시에서 시인과 내 마음을 공유할 수 있었다.


박준의 '광장'에서,

새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했고,

김선우의 '첫사랑'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사랑 할 수 없음을 이해 하게 됐다.

박상수의 '학생식당'에서,

점심은 가방이랑 먹어요

오늘은 아무도 날 몰라봤으면

......


이 순간!

배고프고...시원한 생수가 마시고 싶고....

소중한 내 감정을 매 순간 알아내려고 해 본다.


이 후에도 난 이 책을 간간히 꺼내 볼 것이다.

나와 닮은 시인의 생각에서 위로를 얻고,

이해하기 힘든 이기철 시인이 '껴 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이 왜 시간과 세월 뿐'인지도 고민해야 겠다.

그래도...그래도....어딘가에 그래도가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