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 |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그릇된 인식의 중의 하나가 가족 내의 폭행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관대하다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폭행이 훈육목적으로 이해되고, 배우자에 대한 폭행이 살다보면 그럴 수 있는 사소한 다툼으로 경시되기도 한다.
정부 및 관련 NGO들의 힘겨운 노력과 지속적인 여권신장으로 남성위주의 유교적·가부장적 문화가 점차 퇴색되어 이제는 예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성가족부에서 매 3년 마다 실시하는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7년에 40.3%였던 부부폭력률은 2010년에 53.8%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위 조사결과로만 본다면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정폭력 문제는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새정부 출범이후 가정폭력을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4대 사회악으로 지정하여 범정부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시 한 번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 피해 경험이 성인기 범죄발생에 영향 미쳐
가정폭력은 부모 세대의 폭력이 자녀 세대의 가정폭력으로 전이된다거나 어린시절 가정에서 겪은 폭력경험이 성인기의 범죄로 이어지는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가정 내의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 심각성이 큰 사회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일찍이 영국, 미국 등에서는 어린 시절 가정에서 학대를 경험한 아동들의 성장한 후를 추적한 경험적 연구들을 통해서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폭력범으로 체포되거나 청소년기에 소년범으로 처벌을 받은 비율이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 높다는 것을 발견한 후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강력범죄 수형자 집단, 어린 시절 가정폭력 경험한 비율 높아
지난 7월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는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자 현재 경기도 소재 교도소에 재소 중인 수형자 545명(유효표본 486명)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기 가정폭력 피해경험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2%가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직접 겪거나 또는 부모간의 가정폭력을 목격하는 간접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폭력을 수반하는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살인, 강도죄로 재소 중인 강력범죄 수형자 집단이 절도, 사기 등 다른 범죄로 수형중인 집단에 비해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경험한 집단의 경우 청소년기에 급우에 대한 따돌림, 신체폭력, 금품갈취 등 비행을 저지른 비율이 71.1%로 가정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23% 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성인이 된 후 본인의 자녀나 배우자에 대해 가정폭력을 행사한 경험 역시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경험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폭력의 세대간 전이(轉移)’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필요
물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는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 피해경험만이 아니라 경제적·환경적·개인적인 수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가정 내 문제로 치부되었던 가정폭력이 장차 다른 범죄, 특히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나타난 이상 가정폭력을 그 피해자와 자녀들이 감내하여야 하는 불행한 가정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사회의 범죄를 줄이는 데 필요한 중요한 치안 과제의 하나로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가정폭력의 피해자와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을 포함한 정부기관, 지자체, 관련 NGO가 연계된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경찰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다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재피해 위험성에 따라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구분해 수시로 방문, 보호하는 ‘1:1 피해자 담당 경찰관 제도’ 도입 등 체계적인 보호시스템을 마련하고, 여성가족부 등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고위험군 가정에 대해서 경제적·법률적인 지원들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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