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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인구교육

•아빠 곰은 날씬해, 엄마 곰은 뚱뚱해 ♬♩♪~~

  • 아빠 곰은 날씬해, 엄마 곰은 뚱뚱해 ♬♩♪~~

  • 2016-04-12 16:42:33 | 조회 210 | 페이스북조회 2132 |트위터노출수 1792 | 양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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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혜(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곰 세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아빠곰은 날씬해, 엄마곰은 뚱뚱해, 아기곰은 너무 귀여워~~

     

    사진출처 : www.pixabay.com


    동요 ‘곰 세 마리’다. 어른과 아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다. 가사가 혹시 이상하다고 느꼈는가. 나의 둘째 딸은 어렸을 때 이 노래를 개사해서 이렇게 불렀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원곡과 다르게 불렀다고 놀림을 받았단다. 아이 입장에서는 사실대로 불렀는데, 사람들이 잘못 불렀다고 하니 속상했다고 한다. 이 또한 고정관념이 아닌가. 이게 우리 집만의 상황일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사람은 없었을까. 아~~ 이 노래가 불편하다. 

     왜 아빠는 뚱뚱하고, 엄마는 날씬해야 하는 것인지, 한 집에는 엄마랑 아기만 살기도 하고, 아빠랑 아기만 사는 집도 있는데... 동요는 동요일 뿐이라고? 동요를 그렇게까지 분석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문제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고정관념과 차별적 인식이 생활 곳곳에 깊숙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TV속으로 들어가 보자. 현재 방영되고 있는 케이블 방송 중에서 셰프들이 초대 손님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을 이용해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프로가 있다. 어느 날 초대손님으로 나온 가수의 아내가 유명한 여배우였는데, MC들이 냉장고 안의 재료를 소개할 때마다 아내인 ‘**씨 냉장고’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러자 TV를 보던 딸이 이렇게 말을 한다. “.........(중략) 왜 냉장고는 여성의 물건이라고 생각할까요. 냉장고는 가족 모두가 사용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도 여성만 하지 않는데 말이죠”라고 말을 한다. 이 또한 우리의 일상에 뿌리 박혀 있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바뀌어도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광고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마시던 어른이 커피를 쏟자 “엄마” 라고 부른다. 쥬스를 먹던 아이도 쥬스를 쏟자 “엄마”를 부르고. 사람들 모두 음식물을 흘리거나 쏟을 때마다 한결같이 “엄마”를 부른다. 그 이후 나오는 장면에서는 바로 ‘세탁기를 돌리는 엄마’의 모습이 등장한다. 왜 옷에 뭔가 묻으면 엄마를 찾는 것일까. 세탁을 하는 사람은 ‘엄마’라는 사회적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은 변했다고. 남녀에 대한 성고정관념이 없어지고, 성역할에 있어서도 차별이 없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상위권에 여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사법시험 합격자 중 40.2%가 여성이고, 여검사 임용율도 71%(2013년 기준), 의사 신규면허취득자 중 40.5%(2014년 기준)가 여성이며, 대통령이 여성인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양성평등’을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회 곳곳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사회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요리를 하는 남성이 많아지고, 육아에 참여하는 남편이 많아지고, 일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개그우먼이 화장품 광고 모델을 하고...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상황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성셰프들이 주요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육아휴직을 하려는 남성은 직장의 눈치를 봐야하고, 고위직·관리직에는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개그우먼이 화장품모델이 되었다는 것이 뉴스가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제 조금 더 자세히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평등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여전히 고정관념과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고통과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이러한 민감성이 필요하다. 오늘도 여전히 ‘양성평등’을 외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