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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폭력예방교육

‘알파고’ 여자일까 남자일까?

‘알파고’와 경쟁할 미래사회, 어떻게 준비하나

  • 2016-04-15 16:05:48 | 조회 105 | 페이스북조회 1180 |트위터노출수 1107 | 양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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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화(강동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지난 달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일반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알파고보다 너무나 인간적인 이세돌 9단이 승리를 바랬다. 과학도들은 과학자들의 수 십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에 알파고를 응원했다고 한다. 이번 대국을 통해 복잡한 사고력과 고도의 창의력이 요구되고, 직관을 가진 인간만이 수를 읽을 수 있다고 여겼던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 패하여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기기도 했다. 

     

      필자는 수 십 년간 매일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와 눈 맞춤을 통해서도 아이가 어떤 문제로 병원을 찾았는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인지과학자들에 의하면 이런 미묘한 증상을 육감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전문가적 직관력’이라고 한다. 이런 전문가적 직감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의 임상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알파고’가 이런 전문가적 직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구글은 제일 먼저 의료와 바이오 헬스분야에 알파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을 인공지능이 하고 있을 뿐 아니라 5년 전 미국 최고의 퀴즈 왕을 물리친 IBM의 ‘왓슨’은 암 전문클리닉에서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폐암 조기진단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 www.pixabay.com

     

     

     

     인공지능(AI)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20~30년 후에는 의료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AI가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AI 기술은 오랜 기간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전문직에서 더 위협적인 능력을 보이는데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직종은 현재 인기직종인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이다.  2016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전 세계 7세 어린이의 65%는 지금 없는 직업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2020년까지 현재의 500만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공포심마저 등장하여  “인류는 100년내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종속되고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는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로봇시대가 닥아 왔음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알파고’ 여자일까 남자일까?

     

      알파고 지능은 여자의 뇌와 더 비슷할까? 아니면 남자의 뇌와 더 닮았을까?  필자는 알파고의 등장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논리적인 계산능력이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최종목표는 인간의 뇌와 유사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인간의 뇌를 온전히 해석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학생들은 선천적으로 남학생들에 비해 이공계 학과의 능력이 부족하다’ 2005년 1월 하바드 대학 총장인 로랜스 서머스는 대학 위원회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공계에 여학생 수가  남학생에 비해 적은 이유는 선천적으로 여학생들의 이공계 능력부족 때문 이라는 것. 최고지성의 상징인 하바드대학 총장이 한 말이었기에 이 발언은 당시 학계와 미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서머스총장은 무엇을 근거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여자들은 남자들 보다 더 말을 잘 한다. 그 이유는 양쪽 뇌를 연결하는 섬유다발인 뇌량이 여자가 더 두껍기 때문이다’ ‘수학능력이  남학생들이 더 우세한 것은 선천적인 뇌의 차이 때문이다’는 주장도 한때 유행이 된 이론이다. 1995년에 발표된 이런 주장들은 지금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너무나 그럴 듯 해보여 지금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서머스총장의 성차별적 발언 덕분에 의학 아카데미, 과학 아카데미, 기술 아카데미간의 협동이 이루어져 ‘성별과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2006년 9월 다음과 같은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 뇌 구조와 호르몬, 인류 진화에 관한 연구결과 이공계에 여성이 드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성별간 인지적 능력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오히려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요인의 결과이다‘

     

     우리의 뇌 과학은 아직도 남녀의 성별차이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30년 후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누구나 ‘강화된 지능’을 가지게 되면 뇌의 남녀차이를 운운하는 것조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